<영화 리뷰>#2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19)
주관적인 평점 ★★★☆☆
“전형적인 추리 작품의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에 재미있는 영화“
1. 영화 소개
<나이브스 아웃>은 2019년 겨울에 개봉했던 영화로서, 당시 개봉 전부터 큰 화제가 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던 영화입니다. 그 이유로 역대급으로 환상적인 캐스팅을 들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알법한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 등 할리우드 스타 중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영화의 감독인 라이언 존슨은 에미상 드라마 부문 5관왕을 석권한 <브레이킹 배드>의 감독이었죠. 한 마디로 인인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던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봉 후에도 이러한 뜨거운 관심에 걸맞은 긍정적인 평이 대다수였습니다만, 평소 추리소설이나 추리 영화를 즐겨보시던 분들께서는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셜록 홈즈나 괴도 뤼팽 등 추리와 관련한 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이러한 것들과 내용이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첨언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 산장 살인사건>의 트릭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소설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아마 '진정한' 범인을 쉽게 추리하실 수 있을 것이고, 무대장치를 비롯하여 사건의 전개 방식이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에 대해서는 줄거리를 소개하며 다시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글의 처음에도 밝혀 놓았지만, 그럼에도 추리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 영화 기본정보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브누아 블랑 역), 크리스 에반스(랜섬 역), 아나 디 아르마스(마르타 역), 마이클 섀넌(월트 역) 등
장르: 미스터리/스릴러, 미국
3. 영화 줄거리 및 개인적인 감상 (결말 포함)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이렇게 '내 집, 내 규칙, 내 커피!!'라고 써져 있는 컵을 클로즈업하여 보여준다. 이는 이 집의 주인인 '할런 트롬비'의 추리소설 작가다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성격을 드러내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결말과 수미상관을 이루기 위한 소재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이 집의 다소 미스터리한 소품들을 쭉 나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첫째로 이 가면들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 산장 살인사건>에서도 초반 부분에 이러한 가면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의도는 서술되어 있지 않지만, 이들은 '앞으로 나올 등장인물들의 언행들은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거짓임을 암시하기 위한 장치다'라는 사견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의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어느 날 아침 가정부 프랜이 할런의 죽음을 발견하면서 그로부터 일주일 후 수사가 진행된다.

이런 식으로 할런 가족들을 각 한 명씩 조사를 하는데, 왜냐하면 이들을 모두 동일한 용의 선상에서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은 모두 약간의 거짓 증언을 하는데, 다음에서 보이는 내용들은 사건 당일 벌어진 진실된 해프닝들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할런 트롬비 당신의 답답하고 허탈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할런의 간병인이었던 마르타를 심문하는데, 마르타는 태생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도록 태어났다. 거짓말을 하면 구토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탐정인 브누아 블랑도 마르타의 증언만은 신뢰를 한다. 그러나 마르타는 거짓 증언만을 피하면 되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모두 토로하지는 않고 파편들만을 토로함으로써 뒤에 나오는 '진실'들을 숨긴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진실의 장면들은 할런 트롬비의 사망 과정이다.













이처럼 간병인 마르타는 약 대신 모르핀을 과다하게 놓은 걸 발견하여 치료제인 날록손 주사를 찾아 보지만, 아무리 찾아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구급차를 호출하려 하지만, 이미 늦음을 직감한 할런은 마르타의 어머니가 불법체류자임을 고려해 마르타를 위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모르핀 과다 투여의 명분으로 사망한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자살'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탐정 블랑은 할런의 관련 인물 중 유일하게 신뢰를 할 수 있는 마르타에게 자신의 수사에 대한 조력을 요청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스토리와는 관련이 없지만 굳이 따로 넣은 것은 단순히 개인적인 흥미로움 때문이다. 갑자기 마르타에게 "어때요, 왓슨?"이라고 한 것은 틀림없이 맥락에 어긋난다. 그러나 <셜록 홈즈>에서 홈즈의 조력자가 왓슨 박사였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상당히 재치 있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다음 장면을 여기에서 먼저 설명을 해본다면, 집에서 혼자 골몰하고 있는 마르타를 점층적으로 클로즈업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선량하게 보이는 마르타라도 용의자 선상에서의 완전 해방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탐정인 블랑은 틀림없이 마르타를 보자마자 이를 발견했을 것이다. 탐정이라면 이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마 영화를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웠을 것이다. 완벽에 가까운 계획이었고, 이를 잘 수행했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완전 범죄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바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할런의 유산에 대한 상속과 관련하여 할런이 사전에 남긴 유언장을 낭독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 내용은 할런의 가족들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혈연관계도 아닌, 평생의 동반자도 아닌 남남이라고 할 수 있는 간병인 마르타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들은 가족들은 마르타에게 마치 한 마리의 양을 발견한 하이에나들처럼 달려드는데 마침 랜섬이 자가용에 그녀를 태워 그 무리들에게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물론 랜섬도 온전하게 순수한 의도로 그녀를 도와준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랜섬은 마르타에게서 사건의 전말을 물었고, 결국 듣게 된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할런의 사망의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원인은 바로 랜섬이었다.







그렇다. 랜섬이 두 약병의 내용물을 바꾸어 놓았고, 마르타는 모르핀을 투여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약물을 투여했던 것이다. 따라서 할런은 모르핀 과다 투여의 원인으로 사망한 것이 아닌 순전히 스스로 죽음의 길로 간 것이 된다.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 산장 살인사건>에 나오는 트릭과 상당히 유사하다. <가면 산장 살인사건>의 내용 및 그에 대한 결론을 약간만 언급하자면(후에 이 소설을 읽을 것이라면 다음 문장은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도모미라는 다카유키의 약혼녀의 사망에 대한 추리로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함'이 합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카유키라는 원초적인 원인 제공자에 의해 자살을 한 것이 진실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할런의 사망에 대해 블랑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실은 랜섬이라는 원초적인 원인 제공자에 의해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트릭에의 응용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아무튼 결국 '심연 속에 감추어져 있는 진실을 찾아 끊임없이 떠도는 방랑자'는, 그 혼돈 위에 진실과의 접선 역할을 하는 다리를 놓아 결국 그것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클라이막스를 지나 영화의 끝부분으로 향하는데, 할런의 가족들은 모두 마르타를 우러러 보게 되는 위치에 있게 된다. 동시에 마르타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나왔던 컵을 사용함으로써 수미상관을 이루며 영화는 끝이 난다.
4. 총평
이 영화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형성에 약간의 변형을 준 것이 사실이고,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의 서스펜스가 고조되면서 클라이막스 부분에 이르렀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비롯하여 주인공 마르타에게 감정을 이입하기에 충분한 배경과 내용, 그리고 표면적인 진실을 영화의 초반부에 밝혀 놓은 것에 대한 호기심 등 긍정적인 평을 불러오기에 적합한 영화였다. 그럼에도 나의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평점이 생각보다 낮은 것은, 기존의 작품들에 대한 모방성이 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례가 분명 있는 트릭이었고, 다소 응용해서 다르게 보여 주었으나 그것의 강도는 높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10분 동안 충분히 즐겼고, 많은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